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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4-16 17:00
서해바다
 글쓴이 : 천리향
조회 : 14,094  
“황해바다 석화야! 석화야! 물결 타고 달빛 타고 간월도로 모여라.
황해바다 석화야! 석화야! 이 굴밥 먹으러 물결 타고 모여라.
황해바다 석화야! 석화야! 이 굴밥 먹으러 달빛 따라 모두 모여라. 석화야∼!”
―간월도, 굴 부르는 소리


미웠다가 다시 그립고 또 다시 미운 사람∼ 내일은 돌아올 그날일까∼. 가수 최진희가 ‘미운 사람`에서 부른 것처럼 밉다가도 그리운 사람이 있지만, 며느리가 미우면 며느리 발뒤꿈치까지 미운 것이 보통사람의 성정이다.

심리학적으로 규정하면 ‘자기 이행적 예언`인 것이다. 밉상스러우면 미운 짓만 골라서 하게 되어 있다. 나중에 잘하려 발버둥치고 실제로 엔간하게 잘해도 한 번 찍히면 쉽사리 평정되지 않는다. ‘주의 감소` 현상, ‘중요성 절감` 현상 때문이다.

예쁜 사람은 웬만하면 하는 짓이 다 예쁘다. 그런 사람이라 할지라도 결정적인 추한 모습을 보이면 ‘현저성 효과`로 인해 매력이 급전직하로 뚝 떨어지기도 한다. 재수 없으면 부정적인 면이 긍정적인 면보다 인상 형성에 크게 작용하는 ‘부정성의 효과`까지 가미된다.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어차피 모든 것이 상당 부분은 특징지워 말해진다. 해감냄새 나는 청정미인, 자연스런 민낯에 펄 파운데이션을 살짝 바른 싱그러운 여인― 서해바다에 대한 개인적인 인상이다. 이 인상은 사람들이 “괜찮다”, “깨끗하다”는 식약청 발표에 아랑곳없이 밥상 앞 해산물에 떨고 관련 도매시장 및 재래시장과 횟집의 매출이 바닥을 치는 지금도 일편단심이다.

미안함은 미안함이고 꺼림칙하다는 누님들이 있다. 이해한다. 무의식중 서해안산(産) 여부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며 미안쩍게 푸념하는 어머니들도 이해한다. 유조선에서 콸콸 쏟아진 기름 하며 갯벌의 시커먼 타르를 양동이로 퍼담는 충격적인 첫머리 ‘초두(初頭) 효과`가 강해도 지나치게 강했던데다 안 좋은 자극만 짝지어 ‘혐오적 조건 형성`에 파묻힌 결과다.

기존의 포지션을 바꾸는 데 우리 뇌는 보수적이지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자극 일반화 현상` 대신에, 잠자고 나서 나쁜 기억을 잊는 ‘수면자 효과`를, 아니면 반복되는 긍정의 이미지를 고착시키는 ‘빈발 효과`나 좋은 기억들이 그물망처럼 촘촘히 이어져 본래의 서해 청정바다에 이르도록 하는 ‘점화 효과`를 최대한 빨리 만들어 보자.

‘스톡홀름 효과`란 것도 있다. 인질이었던 스톡홀름 여성이 은행강도와 사랑에 빠진 사례는 극도로 겁을 집어먹게 하고 호의를 베풀면 진공청소기에 먼지 빨려들듯이 확 이끌린다는 경우다.

비유가 적절치 않았더라도 어쨌든, 다시, 이전보다 더욱더 사랑해야 할 우리 서해바다. 태안 풍어제가 열렸고 서산 간월도에서는 면면한 300년 전통의 굴부르기제 행사가 대보름날 열린다. 아픔 속에서도 빛나는 풍광과 어민들의 의지가 살아 있는 한, 서해안은 죽지 않는다. 서해바다는 여전히 곱고 예쁘다.